(1) 두 발에 줄을 매고 공중에서 점프하여 강으로 떨어질 듯 급격히 내려 왔다가 다시 위로
솟구쳐 올라가는 아찔한 쾌감을 맛보는 운동인 번지점프를 처음 하는 사람은 아무리 강심장이라도 막상 뛰어내리려면 무서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처음 점프를 시도할 때에는 훈련 안내자가 뒤에서 밀어준다고 한다. 밀어준다는
말은 도와준다는 뜻이지만 사실은 우물쭈물하는 번지 점퍼를 강제로 밀어서 아래로 떨어뜨리는 것이다. 굳이
공수부대 낙하 훈련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 군대생활을 해 본 사람들은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군대에서도
유격훈련 가운데 고공 줄타기는 참으로 무서운 훈련이어서 처음에는 뒤에서 밀어주지 않으면 안 된다. 웬만큼
담대하고 용기가 있는 사람이라도 평소에 충분한 훈련이나 준비를 안 하고 어려운 일을 스스로 하려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여전히 겁이 나고 두렵다.
(2) 우리가 많이 쓰는 말 중에 “루비콘 강을 건넜다”와 “요단강을 건넜다”는 말이 있다. 인류의 역사와 문명이 대부분 강(江)을 배경으로 일어났는데 로마 역사 속의 유명한 루비콘 강과 성경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강인 요단강에 얽힌 이야기에서
유래된 말이다. 이 두 개의 강, 루비콘 강과 요단강은 강과
인류가 생긴 이래로 수많은 어부나 여행객이 건너가고 건너오고 했겠지만 역사적으로 유명한 인물이 뜻과 의지를 가지고 “스스로”건넘으로써 역사, 종교적으로 상징성을 갖게
된 결단과 실행의 아이콘이다.
루비콘 강은 이탈리아 북부의 유럽대륙과 남부 이탈리아 반도를 나누는 국경 같은 강으로
마치 우리 한반도의 두만강처럼 동쪽으로 흐르는 강이다. 훗날 로마의 막강한 지배자가 된 카이사르(시저, 성경에 나오는 가이사르)장군이
지금의 프랑스 땅인 로마령의 갈리아 주둔지에서 근무하다가 본국 정부로부터 소환되자 무기 소지가 금지된 루비콘 강을 건너므로 로마의 지배자 폼페이우스와
전쟁을 시작한 상징적인 사건으로 마치 조선을 개국한 고려 말의 이성계 장군의 위화도 회군(압록강을 건너다?) 같은 혁명 도하(渡河) 사건이다.
또 요단강은 이스라엘과 요르단을 국경으로 북쪽의 헤르몬산에서 시작하여 갈리리호수를
지나 소금 바다로 불리는 사해(염해)까지 흐르는 강으로 곧, 요르단(Jordan) 강이다. 요단강은
이스라엘 백성이 출애굽 하여 광야를 오랫동안 유랑하다가 가나안 땅으로 들어가면서 건넌 강으로 유명하며, 이스라엘
백성의 출애굽을 완성시키는 의미 있는 도하(渡河) 사건이
일어난 강이다. 물론 모세를 포함한 출애굽 1세대가 요단강을
건너가기 전에 광야에서 다 죽었고 엘리야의 승천 사건이 일어난 곳도 요단강 이어서 “요단강은 곧 죽음”을 의미하고 장례식 때 부르는
찬송가나 안 좋은 일이 있을 때 요단강을 건넜다고 하지만 사실은 이곳을 넘으면 새로운 세상이 기다리고 있는, 오히려
“생명의 강”이다.
신약시대의 세례 요한이 예수에게 베풀었던 물세례나,
나아만 장군의 문둥병 치유사건 등 많은 성경 속의 주인공들이 역사를 만들어 냈었던 강이지만 애굽 시대의 옛사람이 요단강을 건넘으로
해서 새로운 사람으로 태어난다는 상징적인 강이며, 이스라엘과 중동지역의 지리와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강의 하나이다. 홍해가 모세가 백성을 인도하여 애굽의 군대에 쫓기면서 건넌 기적의 장소라면, 루비콘 강이나 요단강은 지도자가 죽음을 무릅쓰고 새로운 역사를 일으키는 장소인 것이다.
(3) 강 이야기로 시작했지만, 우리가 결심을
하고 오랜 준비(훈련)를 거쳐 최종적인 실행이나 결단을 하는
것은 이스라엘 백성의 출애굽과 홍해사건, 그리고 오랜 기간 동안의 광야에서의 훈련과, 마지막 요단강을 건너는, 결단을 마무리하는 과정과 비유해도 서로
많이 닮았다. 변화와 실천(실행)은 기존의 관습과 생활로부터 탈피하는 것으로 스스로 실천하기가 아주 어렵다. 그러면
이렇게 어려운 변화와 새로운 일에 대한 실행은 어떻게 일어나는가? 이를 두 가지로 나눈다면 외부의 환경에
의해 강제적으로 “억지로 변화하는 것”과, 자신의 비전에 의한 결심과 영적인
요인에 의해 “스스로 변화하는 것”이라고 하겠다.
(4) 외부 환경에 의하여 일어나는 강요된 변화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싫어도 어쩔 수 없이
환경의 압박에 의해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으로, 집이 너무 가난하여 어쩔 수 없이 가사를 책임지면서
공부를 하는 고학을 한다든지, 가족을 따라 먼 나라로 이민을 간다든지,
회사의 정책 결정으로 회사를 그만두고 나가서 스스로 사업을 한다든지, 몸이 너무 약하여
운동을 평생 꾸준히 하여 건강을 지킨다든지, 하는 것은 어쩌면 환경에 의한 강제적인 실행이다. 비록 억지로 강요된 선택과 실행이지만 인생에서 가장 확실한 결심과 실행으로 연결되는 계기인 것이다.
반면, 스스로의 변화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지 못하고, 하더라도 오랜 망설임과 숙고 끝에 바로 행동하지 못하고 머뭇거리기가 일쑤이다. 그래서 엄격한 부모나 코치를 만나서 훈련을 하거나, 크게는 종교적인
힘과 인도로 시험을 통과하여 새로운 길을 가야 한다. 물론 이미 많은 훈련을 하여 몸이 만들어진 운동선수들은
별다른 저항이 없이 무의식적으로 몸이 저절로 움직이지만, 생각과 의지를 통해 몸을 움직여야 하는 경우에는
마음이든 몸이든 스스로 잘 움직여지지가 않는다.
(5) 가만히 생각해 보면 ‘우리가 할 수 없이 억지로 실행을
하는 경우에는 그 두려움이 내 뒤쪽에서 압박을 하고 있어서 피할 수 없을 때이고, 스스로 실행함이 주저될
때는 그 두려움이 내 앞에 기다리고 있어서 우물쭈물 할 때이다.’
나의 뒤에서 나를 쫓아오는 환경이 적군이든 가난이든,
병마이든 빚쟁이든 내 뒤에서 누군가가 나를 잡으려 온다는 것은 곧 주위의 환경의 변화 요구이고, 피할
수 없는 변화의 동인(動因)이다. 우리가 강제로 움직일 수밖에 없었던 이야기는 개인마다 각각 다른 경험을 갖고 있겠으나 그 대표적인 예를 두
개만 들어보면 아주 오래된 이야기로 성경에 나오는 지도자 모세의 인도로 실행하는 3,500년 전‘출애굽 사건’과 우리가 몸으로 겪었고 그
영향을 아직도 받고 있는 1997년 대한민국의‘IMF 구조조정’이다.
2. 강제된 결단(1).출애굽(exodus) 이야기
(1)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베스트셀러는 단연 성경책이라고 한다. 또한 오랜 기간
동안에 걸쳐 많은 사람에게 읽혀지지도 했지만 일반인에게는 다소 어려운 책이기도 하다. 또한 성경책은
참 두꺼운 책이다. 보통 책들이 두꺼워야300페이지 내외인데
필자가 가지고 있는 한글성경책은 1,754페이지이고 Study
Bible이긴 하지만 필자의 영어 성경책은 무려 2,335페이지이다. 물론 오래된 책이라 지금처럼 인쇄술이나 제지 기술이 발달하지 않았을 때에 페이지가 매겨져서 지금의 종이 한
장에 1~2페이지가 있는 것을 감안해도 1,000페이지 가량
되는 셈이다. 책이 두꺼워서가 아니라 등장인물 또한 셀 수 없을 정도로 많고 과학과 논리의 세계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종교적인 책이다.
(2) 구약 39권, 신약 27권으로 구성된 총 66권의
성경책(소책) 중에서 많은 사람에게 가장 재미있는 성경이
모세 오경 곧 창세기와 바로 뒤편에 있는 출애굽기와 신명기까지인 것 같다.기독교인이나 믿음의 유무를 떠나
창세기는 책의 첫 부분에 있는 것이어서 싫든 좋은 많이 읽었고, 출애굽기는 영화로도 나오고 재미있는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4백 년을 노예로 살던 이스라엘 사람들이 바로의 폭정을 피해 도망가는 출애굽과, 홍해를
건너는 것은 얼마나 두려운 일인가? 우리가 책에서 보고 또 막상 건넌 이스라엘 백성들 본인들도 지나고
보면 감격의 기적이지만, 주인이 잡으러 올 줄 알면서도 노예생활을 탈출하고, 양쪽에 자기의 키보다 훨씬 높게 물이 넘실대는 바다 한가운데를 지나가는 것은 얼마나 무서운 일일까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하지만 뒤에서 나를 잡으려 군대가 쫓아온다고 하면, 눈앞에
놓인 두려움은 미지의 두려움과는 상대가 안 되는 것이다.
이스라엘이라는 나라는 4백 년의 이집트
노예생활을 뒤로 하고 모세의 지도 아래 출애굽하여 가나안의 약속의 땅으로 들어와 일정 기간의 사사 정치시대를 지나 왕조를 세워 사울왕과 다윗왕
그리고 솔로몬왕의 영광을 뒤로 하고 이후 남북 왕조로 나뉘게 된다. 이후 북왕국 이스라엘은 기원전 721년에 앗시리아에게, 남왕국 유다는 기원전 586년에 바빌로니아에게 각각 망하고 이스라엘의 재건을 위해 노력하다가 다시6백 년 뒤에 예수의 탄생으로 예수의 제자들과 사도 바울의 노력으로 복음이 이방 타민족에게 전해졌지만, 정작 유대민족은 로마제국에 의해 완전히 말살되어 이스라엘의 땅도 유대인들의 철전지 원수였던 블레셋의 후예의
땅이라는 뜻의 팔레스틴으로 개명을 당하여 이스라엘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었다.
하지만 2천 년 동안 나라와 땅이 없이 세계를 유랑하다가 1948년 유엔의
도움으로 겨우 독립하여 고대 이스라엘 땅, 즉 로마제국이 개명했던 예전 가나안 이스라엘 땅인 팔레스틴
지역에 다시 나라를 건설했지만 아랍민족과의 끊임없는 전쟁과 갈등으로 평화를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 1967년 제 3차 중동전쟁은 6일 만에
이스라엘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났기에 6일 전쟁이라 불린다. 이스라엘이 6일 전쟁에서 이집트에서 빼앗았다가 나중에 반환한 이스라엘 남쪽으로 연결된 이집트 땅인 시나이 반도는 지중해연안과
홍해의 끝자락인 수에즈 만과 아카바 만 사이의 역삼각형 반도로 대부분이 사막, 즉 반도 전체가 광야로
구성된 이스라엘의 민족의 대 이동시의 거대한 훈련장이었다.
이집트의 옥토인 라인 강 삼각지의 비옥한 고센지방을 떠나 지금의 이스라엘 땅인 가나안에
이르는 거리는 고작 일주일이면 갈 수 있는 길인데 무려 40년이나 걸렸다는 것은 단순히 시행착오가 아니다. 성경에 의하면 이스라엘 백성이 애굽에서 몸에 배어 있던 옛 습관을 없애는데 광야에서 훈련하고 헤매고 교육받고
체험하고 하면서 걸린 시간을 40년으로 본 것이다. 아니
옛 습관은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좀처럼 뺄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옛 습관을 빼는 것이 아니라 옛 습관을 가진 세대들이 광야에서 모두 죽고, 새로 태어난 사람들만 가나안의 약속의 땅으로 가는 것이다. 단순히
물리적인 거리를 가는 길이 아니라 변화를 이루는 숙성의 기간인 것인가 보다.
3. 강제된 결단(2): IMF 이야기
(1) 필자의 직장생활 30여 년을 큰 변화를
기준으로 간단히 둘로 나눈다면 단연 1997년의 IMF前과 IMF後이다. 우연이지만 지금까지의 직장생활을
근무기간으로 꼭 반으로 나누어도 마찬가지이다. 1997년 12월부터
시작하여 2년 정도 지속되어 이후 대한민국 경제와 사회 전반을 휩쓴 광풍 같은 IMF시대의 변화는 개인이나 회사는 물론이고 나라를 완전히 바꾸어 놓다시피 했다.
IMF의 충격은 회사와 개인의 삶, 그리고 직장관을 송두리째 바꿔 놓은 대사건이다. 세계 역사가 예수의 탄생을 기준으로 BC와 AD로 나누어지듯이 우리나라의 경제 판도가 IMF전과 IMF후로 나눌 수 있을 만큼 국민 모두의 생활과 환경이 크게 바뀌는 엄청난 사건이었다. 회사나 개인이나 난생 처음 듣는 구조조정이라는 단어를 익숙하게 사용하게 되었고, 평생직장의 개념이나 애사심의 기준도 바뀌어 세계화의 거센 파도에 머리끝까지 잠기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그 후 10년 뒤에 나타난2008년 제2 의 금융위기까지의 이야기는 당시 그 시대를 학생으로 살았든, 직장인으로 살았든 부모님의 고통이었고 본인의 고통인 너무나도 큰 사건이었다.
(2) 물론 IMF는 지금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의 생애나 직장 경험의 이야기일 뿐, 우리나라 반만년 역사에서 보면 아주 작은 변화인지도 모른다. 세계 경제 역사에서 미국의 대공항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우리나라의
역사 중에서 고려시대 몽고의 침략으로 왕권이 바닥으로 내려앉은 사건이나, 조선을 개국한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의 항명으로 인한 역성 혁명사건, 그리고 100년 전
일제 강점과 식민지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지만, 사건의 크고 작음을 떠나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이 체감할 수 있었던 너무나도 큰 환경의 변화이고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행동의 변화를 일으킨 원인 제공사건이다. 그 당시 유행했던 IMF의 약자는 “국제통화기금” [International Monetary Fund]약어가 아닌 “나는 무사하다”[I amFine], 이나“나는 해고 되었다” [I amFired] 둘 중의 하나였다.
그 동안 개인과 회사는 파산되는 것을 보아 왔지만,
이렇듯 은행이 망하고 정부의 자금이 고갈되자 나라가 경제적인 파산위기에 처하게 되고, IMF구제
금융을 받고 그 대신 IMF의 요구사항을 국가차원에서 감당해야 하는 많은 제도와 실행요건이 뒤따르게
되었다.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회사원의 입장에서 보면 삶과 생활의 변화에 밀접한 관계를 체감해야 했다.
많은 선배와 동료 후배들이 회사를 떠나야 했고 남은 직원들도 퇴직금 정산이나 급여
삭감과 반납, 회사체질의 글로벌 스탠다드화로의 변화, 불문율
같았던 회사 인적 자원의 순혈주의 탈피와 급격한 제도변화, 인적 구성의 글로벌 개방 등 요즘 흔히 쓰는
말로 “멘붕의 시대”에서 우리는 자발적인 변화가 아닌 강요된 변화를 만나야 했다. 그리고 17년이 지난 지금, 오늘의 경제 사회적인 변화의 많은 문제 속에서도
당연한 듯, 처음부터 그랬던 것처럼 나름대로 적응하며 나름대로 살고 있다.
(3) 회사는 거의 파산 직전의 경영 상태로 되고 많은 사람들이 회사를 떠났지만 예전의 시스템과
사람을 뒤로 하고 글로벌 시스템과 프로세스 그리고 새로운 글로벌 인력으로 진정한 글로벌 회사로 재기하는 가장 극적인 계기가 바로 IMF였다.
IMF가 일어나기 전의 회사는 국내의 한 전자회사에 불과했으나, IMF 위기 극복 후에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새로운 회사가 되고, 10년
뒤에 연이은 제2금융 위기에서 다시 한 번 큰 점프를 하게 된다. 대부분의
회사가 IMF때 살아남지 못하고 쓰러지고, 살아남았더라도
다시 제2의 경제 위기에서 일어나지 못한 것을 보면 필자가 다니던 회사는 이 두 번의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회사 안팎의 대변신으로 절대로 스스로 바뀔 수 없었던 것이 IMF라는 외부로부터의 환경에 억지로 변화를
강요 받았고 생존을 위한 과감한 변화와 혁신을 실천하여 오늘날의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했음이 틀림없다.
4. 광야에서의 훈련: 두려움과 용기
(1) 지중해 연안의 이집트와 이스라엘을 지도에서 보면 아주 가깝다. 서울~부산 거리 정도이니 대략 일주일이면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를 40년이나 걸렸다고 한다. 성경과 이스라엘의 역사를 통하여 40년의 광야생활 시작과 끝을 비추어 보면 “우리는 스스로 실행함이 주저할
때는 그 두려움이 내 앞에 기다리고 있을 때”라는 것을 알게 된다. 성경의 앞부분인
모세 오경에서 나오는 이스라엘 민족의 형성과 오랜 노예생활 후의 출애굽 그리고 가나안 진입 사건은 이러한 외부로부터의 변화와 스스로 결정하여 변화하는
극단을 보여 준다.
애굽에서 출발하여 이스라엘 백성의 최종 목적지로 가는 가나안 지방은 이미 이스라엘
백성의 조상인 야곱이 살았던 곳이다. 아브라함의 아버지 데라가 페르시아 만의 갈대아 우르에서 출발하여
유프라테스 강을 역류하여 터키 남단의 하란으로 갔고, 아브람은 하란을 떠나 지금의 이스라엘인 가나안으로
들어갔다가 곡식을 구하러 애굽땅으로 이미 다녀왔고, 다시 가나안으로 돌아와 이삭을 낳고 이삭의 아들인
야곱이 살았고 야곱의 아들 요셉이 우여곡절 끝에 애굽의 총리가 되어 가족을 데려갈 때까지 살았던 곳이다.
가나안에서 애굽까지, 또 애굽에서 가나안까지의
거리는 국경을 고려하여 대략 계산을 하더라도 300~400km 거리이니까 서울 부산 거리쯤 되지 않을까
싶다. 걸어서 가면 일주일이면 되겠으나, 그 당시 2백만이 넘는 사람들을 인솔하고 가더라도 한두 달이면 갈 수 있는 길인데 출애굽은 애굽 고센 땅 라암셋에서 출발하여
요단강을 건널 때까지 40년이 걸렸다고 한다.
야곱과 그
후손이 살았던 이집트 고센땅에서 광야를 거처 요단강을 건너서 약속의 가나안 땅까지 가는데 모두 40년이
걸리기는 했지만, 출애굽 후 홍해를 건너고 남쪽으로 가서 시내산에서 머물다 하나님의 말씀을 받고 다시
북으로 가서 가나안 남쪽 국경 인근의 바란 광야에 있는 가데스 바네아까지는 2년 밖에 안 걸렸고 이곳에
이르러 각 지파의 대표들이 가나안을 40일간 정탐을 한 후 불순종의 벌로 가나안을 정복할 때까지 38년을 더 머물게 하여 40년을 채우게 했다고 한다.
무서운 이집트 군대가 뒤에서 쫓아 올 때는 순신간에 탈출하고 돌아갔지만, 가나안
땅까지 절반의 거리가 되어 보이는 시나이 반도의 남쪽의 시내산까지도 두 달 만에 갔던 이스라엘 백성이 막상 2년
만에 도착한 가나안땅 남쪽 국경 근방의 가데사바네아 앞에서 가나안 땅으로 들어가는 데 정작 38년이
걸렸다는 것이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서 결단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5. 변화의 이해. 또 하나의 축복: 위장된 축복‘disguised fortune’
(1) 성경에 나오는 출애굽이나 로마의 역사는 로마인 이야기 등의 책에서 읽을 수밖에 없었지만, 우리가 살면서 경험했던 IMF는 회사의 변화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아주 특별한 경험을 한 시절이다. 직장생활을 하다가 회사의 배려로 대학을 졸업한 후 17년 만에 얻은 미국 유학의 기회가 IMF로 말미암아 일단 중단되고
짧은 기간이지만 회사의 장학생에서 하루아침에 고학생으로 변했을 때의 개인과 가족의 고생은 차치하고 환경과 신분의 변화로 일어났던 육체적, 정신적, 영적인 변화는 스스로 계획하고 실행할 수 없었던 강제적인
실천을 해야 하는 사건이었다. 필자의 전 인생을 거쳐서 가장 짧은 기간에 겪었던 인생의 가장 낮고 힘들었던
기간이었지만 돌이켜 보면 가장 소중하고 보람된 기간이었다. 이후 2년
뒤에 다시 하나님과 회사의 큰 은혜를 입어 학업을 재개하여 원래 목표했던 공부를 다 마칠 수 있었지만 지금 생각해도 인생의 큰 전환기였음이 틀림이
없다.
(2) 루브 골드버그 장치라는 것이 있다. 모두들
빨리 하려고 공부하고 교습받고 시험이든 훈련이든 한 번에 하려고 족집게 선생님께 배우지만 천천히 시간을 가지고 오히려 느리게 임무를 수행하는 것을
루브 골드버그 훈련이나 루브 골드버그 장치라고 한다고 한다. 디지털시계와 대비해 보면 해시계 물시계는
자연의 원리와 물리학을 충분히 이용한 루브 골드버그 장치이다. 돌아가고 쉬었다가 가지만 결국을 과정을
중시하고 똑 같은 목적지나 장소에 도착한 경우라도 어떠한 과정을 거쳐서 그곳에 도착했느냐는 정말 중요하다.
요즘은 어떤 책을 읽든가 강연을 듣든가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에게 꼭 필요한 것이 ‘스펙’이 아닌 ‘스토리’가 중요하다고 하는 것이 이
때문일 것이다. 성경에서 하나님의 축복을 받았다는 야곱이나 요셉의 고생을 보더라도 진정한 축복은 고난을
통해서 일어나나 보다. 그래서 혹자는 지금의 고난을 미래에 숨겨진 축복이라고 하여 위장된 축복 곧, ‘disguised fortune’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4) 아이가 뱃속에 있을 때에는 아이의 생명줄이었던 탯줄이 어머니 뱃속을 나와 세상의 햇빛을
보는 순간 더 이상 탯줄은 생명의 줄이 아니다. 어머니 뱃속에서 생명줄이었던 탯줄도 이제 잘라내지 않으면
아이 뿐만 아니라 엄마의 목숨도 위태로워지는 죽음의 줄이 된다. 아이가 태어나서 첫울음을 울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이 가위로 탯줄을 자르는 일이다.
미래의 소망을 가지고 지금의 힘든 환난과 고난을 기쁘게 참고 훈련하는 주위의 많은
사람들에게 박수를 보내며. 결심을 하고 훈련을 하고 스스로 실천하든지 환경의 변화 때문에 억지로 실천하든지
원인은 중요하지 않다. 고민은 그만하고 바로 실행하자. 내
앞을 가로 막고 있는 미지의 공포에 두려워 말고 약속의 땅으로 우물쭈물 하지 말고 스스로 담대하게 요단강을 건너자.
* 이 저술의 저작권은 도서출판 아포리아에 있습니다. copyrights@aporia.co.kr ([Otium Sanctum] Aporia Reivew of Books, Vol.1, No.4, 2013년 12월, 권강현, 삼성전자 상임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