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에서 '말씀'은 그리스 말의 로고스(Logos)와 레마(Rhema)를 번역한 것이라고 한다. 삶의 원칙이나 교범이 되는 훌륭한 가르침 또는 말씀이라는 뜻이겠다. 그래서인지 어떤 사람은 같은 뜻으로 이해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전혀 다른 말로 해석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질문이 생긴다. 두 단어의 의미가 같다면, 왜 성경의 저자들이 구태여 두 개의 구별된 단어를 사용할까 말이다.
그래서 나는 로고스를 주어진 훌륭한 말씀이고 레마를 체화된 말씀으로 정의하고자 한다. 즉 화자나 저자가 생각하고 원했던 본래의 뜻이 독자나 상대방에게 전달되어 삶 속에 녹아난 것을 레마라고 부르자는 것이다. 이렇게 놓고 보니, 이런 생각이 든다. 우리 사회는 로고스는 넘쳐나는데 레마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생각. 마치 국회도서관에 책이 수 없이 많은데, 그 책들을 읽고 지혜를 얻어 삶 속에 적용하는 사람은 없는 것같은.
사실 요즘 세상이 말씀의 홍수다. 훌륭한 멘토들의 자기 개발서와 유명인사들의 삶의 치유서가 넘친다. 그러나 로버트 풀검이 한 말처럼, 내가 정말 알야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을 지도 모른다. 다시 말하자면,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알아야할 대부분의 것들은 아이가 자라서 어머니의 품을 잠깐 떠나 유치원에서 배운 것들로 충분할 지 모른다.
물론 지금처럼 복잡한 세상을 살려면 유치원에서 배운 것만으로는 안될 것이다. 그러기에 많은 나라에서 의무교육의 연한이 더욱 늘어나고, 평생교육의 기치아래 노년에도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려고 노력하는 것 아니겠나.
그런데 여기에서 질문이 생긴다. 도대체 언제까지 배워야하느냐 말이다. 이 질문에 대한 답도 이미 알고 있다. 배움에는 끝이 없고, '삼인행필유아사(三人行必有我師, 세 사람이 지나가도 반드시 거기에는 나의 선생이 있다)'라는 말을 수 없이 듣고 배우지 않았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번 생각해보자. 늘 새로운 것을 배우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똑같은 것들을 계속해서 배우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 문제는 우리가 배웠음에도 실천하지 못하고, 우리의 삶이 배웠음에도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은 아닌지.
필자는 '로고스와 레마'를 통해 지난 33년의 직장생활을 통해 경험한 크고 작은 일을 통해 나의 삶을 반추해보고자 한다. 일과 가정, 일과 신앙의 갈등 속에 개인적으로 가졌던 고민들을 함께 나누고 싶다. 비록 수 많은 사람들 중에 한 사람에 불과하지만, 별 것아닌 나의 고민들이 조금이나마 이 시대의 젊은이들과 인생의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하는 마음에서 용기를 내어보려고 한다.
* 권강현(삼성전자 상임고문): 이 글의 저작권은 아포리아에 있습니다. copyrights@apor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