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같이 나중 된 자로서 먼저 되고, 먼저 된 자로서 나중 되리라.” [마태복음 20장16절]
1. 목표를 잊어라. 목표는 갖되 목표에 집착하지 말자.
휴일은 그 이름 자체 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휴일이나 주말이면 많은 사람들이 산을 오른다. 대부분 집에서 가까운 근교의 산에 오르기도 하지만 더러는 큰맘 먹고 지리산 종주를 하거나 백두대간을 종주하고, 산을 좋아하는 사람은 국내에 머물지 않고 외국으로 나가 대만이나 중국의 명산에 오르기도 하고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히말라야 등정에 나가기도 한다. 지리산 종단 수십 km를 하루 종일 동안 묵묵히 혼자서 걷는 사람이 있고, 백두대간 700여 km, 약 2천리 길을 작은 팀이나 단체를 이루어 두 달 동안 걷는 대장정에 들어가기도 한다. 히말라야 등정은 물론이고 백두대간 종단은 오랜 준비와 체력의 훈련 없이는 어렵다.
얼마 전 초등학교 동창생 모임에서 누군가가 낸 의견이 몇 년 후 우리 동기생들 환갑이 되면 서울에서 천리 길 모교 초등학교까지 도보로 걸어서 가자는 것이다. 지금처럼 오래 살지 못하여 환갑에 이르면 동네잔치를 하던 예전과 달리, 요즘 환갑은 너무나 흔하여 그냥 하나의 생일일 뿐이라서 가까운 친척도, 형제들도 부르지 않고 직계 자손들만 모여서 식사하는 것이라지만 환갑의 나이에 천리 길을 도보로 걸어서 간다는 것은 대단한 체력과 의자가 없이는 어려울 것이다.
아무리 자주 다녀도 산을 오르기 시작하면 늘 정상인 산꼭대기가 까마득하기만 하다. 산을 잘 타는 분의 훈수에 의하면 정상에 오르는 기쁨을 맛보기 전에 정상을 바라만 보면 너무나 멀리 있어서 그곳에 이르는 고통이 생각나서 산을 끝까지 오를 수 없다고 한다. 어떤 산이든 코스를 정하고 목표가 정해지면 목표인 정상은 잊어버리고 그냥 한발자국씩 앞으로 내디디면 된다는 것이다. 이를 다르게 표현하면 마음속에 목표는 있지만 더 이상 목표를 보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냥 발등만을 보고 한걸음씩 앞으로 나아가면서 주위의 경치도 즐기고 동료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한 걸음씩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갈 뿐이다. 얼마를 왔는지 얼마가 남았는지, 전체 걸음을 모두 셀 필요도 없다. 필요하다면 만보기나 스마트폰이 알아서 세어 준다.
앞서 가는 다른 사람을 마냥 부러워하거나 속도를 내어 앞선다고 좋아할 일도 없고 뒷사람에게 추월당했다고 아쉬워할 필요도 없다, 목표로 정한 방향과 코스로 자신의 보폭과 스피드에 맞게 앞으로만 나아가면 된다. 한참을 걷다가 잠깐 쉬어 가기도 하고 체력이 되면 쉬지 않고 한걸음에 가기도 한다.
필자는 어릴 때부터 산에서 자라고 놀이터가 산이어서 몸에 배였지만 간혹 산을 처음 오르는 사람을 보면 몇 발자국 가다가 계속 정상을 보는 사람이 있다. 운동을 할 때도 일을 할 때도 너무 조급히 목표와 결과에 집착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무리 작은 산이라도 몇 시간은 걸어야 정상에 가는데 몇 걸음으로 진도를 체크하거나 목적지는 점검하는 것은 산에 오르지 않겠다는 것과 다름이 없다.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는 것도 산을 오르는 것과 같이 않을까? 다이어트를 하기 위해 줄넘기를 하거나 몸무게를 늘이기 위해 우유 한잔을 마셨다고 체중이 변하지 않는다. 물론 식사를 꽤 많이 하면 한 끼 식사만으로도 체중이 증가하고 하루를 굶으면 체중이 줄기도 하는 것이지만 그건 체중의 변화가 아니라 위 속에 들어있는 음식물의 무게의 변화일 뿐이다. 한걸음 떼고 산꼭대기를 쳐다보고 줄넘기 한번하고 체중계에 올라가고 책 한 페이지를 읽고 남은 페이지를 세어서는 결코 산 정상에 오르지도 책을 끝까지 읽지도 못하고 만다.
목표를 정했으면 그 목표에 더 이상 집착하지 말고 오히려 그 목표를 잊어야 목표에 도달할 수가 있다. 그 목표가 멀고 클수록 더욱 그렇다. 목표에 집착하지 않고 그 목적지를 향하는 여행길을 즐기면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목표는 정하고 그 방향으로 그냥 하나씩 둘씩 쌓아나가기만 하면 될 일이다.
2. 목표는 멀리서부터, 실행은 가까운데서 부터
우리는 어릴 때부터 많은 계획을 세워 왔다. 초등학교 때 방학 일정표부터 공부 계획표, 회사에 들어와서는 신규 사업 계획서, 영업계획서, 출장계획서, 자기개발계획서까지 다양하다. 물론 정확하고 좋은 계획은 실행에도 도움이 된다. 다만 여기서 계획을 너무 구체적으로 세우면 실행에 문제가 생기다. 연설문을 토씨까지 작성하여 보고 하다가 페이지가 꼬이거나 원고를 읽어 버렸을 때 얼마나 당황스러운가?
목표는 너무 구체적이지 않고 그 목표를 이루어야 하는 이유나 목적, 또는 인생관, 가치관 같은 개념적인 것을 뚜렷하게 세우는 것이 좋을 것이다. 무엇이 되겠다, 어디까지 올라가겠다 등 대부분의 경우 목표는 구체적이지만 오히려 그 목표에 이르게 하는 실행계획은 너무나 개념적이다. 성공한 기업가나 스포츠 스타, 그리고 인기 연예인과 같은 목표를 손에 잡힐 듯 주위의 성공자들을 모델로 잡지만 그들이 오랫동안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늘에서 흘린 땀의 수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목표는 가까운 데서 너무 쉽게 찾지만, 실행은 너무 멀리 있는 남의 이야기이다.
암벽등반을 하는 사람은 앵커 줄을 멀리 던져서 고정을 한 다음 손에 잡힌 줄을 한 뼘, 한 뼘씩 잡고 천천히 나아가야 한다. 책을 읽고 문제를 풀기 전에 학교에서 성적을 어느 점수까지 하겠다. 몇 등까지 올라가겠다라고 계획을 세우면 그대로 안 되었을 때 혼동과 실망에 빠진다. 자기가 한번 정한 방법론의 집착에 빠져서 안 되는 방법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계속해서 도전하다가 인생을 허비하는 경우도 있고 절망하거나 결국 잘못된 선택을 하는 경우도 많다. 큰 그림을 그리고 먼 목표를 개념적으로 정리하여 마음이나 근육에 숨겨야 한다.
우리가 세우는 그 구체적인 계획들과 목표들이 어쩌면 중간 정착지이고 수단이 될 때 진정한 목표에 이루는 다른 방법과 수단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성공도 해 보고 실패도 해 보고. 칭찬도 들어보고 야단도 맞아보면서 점점 성숙해지고 경험을 쌓아가야 하는데 너무 결과에 집착을 한다. 학교에서 일등을 하겠다, 좋은 대학에 가겠다, 회사에서 사장이 되겠다, 임원이 되겠다는 목표는 세울 수 있겠지만 그것이 집착계획으로 되는 순간 대부분은 좌절에 빠지게 되다.
돌이켜보면 사회와 회사가 성장일변도의 시기에 회사를 다녔던 필자의 지난 30여 년의 직장 생활은 어쩌면 사막을 건너는 기분이었다. 사전에 입사 목표도 세우지 않고 우연한 기회에 입사한 회사를 3년만 다니기로 했던 필자가 그 기간을 넘어 점점 경력이 쌓이면서도 구체적으로 사장이 된다거나 고위 임원이 된다는 것은 너무나 먼 이야기였고, 그래서 오히려 그런 현실적인 목표에 집착하지 않은 자유로움이 있어서 눈앞의 승진이나 칭찬으로부터 초연하여 결국 목표의 열배가 넘도록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재미있게 회사를 다닐 수 있었다. 또한 그 동안 제조업을 주업으로 하던 회사가 하지 않던 새로운 생태계 기초나 콘텐츠 사업들의 초석을 다질 수 있었고 그래서 더욱 역설적으로 대기업 생활 30여년 중 10여 년을 줄곧 콘텐츠 담당 임원으로 지낼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운전할 때 참고로 하는 내비게이션의 안내를 따르는 것처럼 잘 닦여진 고속도로나 매일 사람들이 아침저녁으로 다니는 집 근처 등산길은 이정표나 남들이 만들어둔 지도를 보고 가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사막은 길도 없고 먼저 지나간 사람들이 만든 지도는 시간이 지나고 바람이 불면 없어진다. 그래서 ‘사막을 건너는 여섯 가지 방법’이란 책을 쓴 스티브 도나휴는 그 첫 번째 방법으로 ‘사막을 건널 때는 지도를 보지 말고 나침반을 봐라’ 라고 제시한다, 즉 눈앞의 길이나 주위를 보지 말고 하늘의 북극성을 보고 가는 방향만 정하고 한발 한발 걸으면서 그때 현장에서의 상황에 대처해 가면서 개척하고 헤쳐 나가라는 것이다.
우리는 목표를 정하고 계획을 준비하는데 너무나 많은 시간과 정력을 낭비하고 있다. 올바를 인생관이나 가치관을 나침반처럼 가지고 그때그때 부끄럽지 않게 판단하고 때로는 즐기고 때로는 희생하면서 때로는 져주면서 경력을 쌓아 나가면 그것이 인생의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3. 나는 미리 계획을 세우지 않았습니다. 우리의 경력의 길은 사다리가 아니고 정글짐이다. – 직선형 사다리 경력 계획의 큰 함정과 오류
구글의 임원으로 있다가 페이스북의 COO(최고운영책임자)로 옮겨 페이스북의 수익모델을 정착시킨 셰릴 샌드버그는 “린인” 이라는 책의 저자로도 유명한데, 일과 가정에서 모두 성공한 여성 직장인의 성공사례이자 많은 직장 여성들의 롤 모델이다. 그녀는 주변으로부터 항상 이런 질문을 받는다고 한다.
"당신은 어떻게 미래를 계획해서 살아왔나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바로,
"저는 미래를 미리 계획하지 않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미래의 꿈을 이루기 위해 계획을 세우곤 한다. 그런데 종종 ‘그 계획 자체에 집착’해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있다. 계획을 세우는 데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보내거나 계획이 틀어졌을 때, 쉽게 무너지고 방향을 잃는다. 그것은 경력들을 마치 단계별로 올라가야 할 ‘사다리’처럼 생각하기 때문이다.”
셰릴 샌드버그는 이렇게 말한다.
"경력은 사다리가 아니라 정글짐이다."
“어떤 꿈에 다다르기 위한 길은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며, 마치 ‘정글짐’처럼, 모든 경력과 경험들은 어떻게든 얽히고 설켜 있다. 때문에 당신이 모든 것을 예측하기란 불가능에 가깝고, ‘직선형 계획’에는 오류가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러니 지나치게 계획에 집착하지 말고, 일단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일을 해봐라. 늘 마음속에 꿈꾸는 목표만 있다면, 어떠한 길로든 정상에 다다르게 될 것이다.
"수백 번의 이상적인 생각보다 한 번의 실행이 변화의 시작이다."
그렇다. 하룻밤에도 수많은 성을 세웠다가 부수고, 수 백 가지 생각을 해도 생각은 생각일 뿐이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실행하는 행동 하나가 어떤 계획, 어떤 생각보다 변화의 시작인 것이다. 운동이나 어떤 시합의 대회 중에는 한번의 싸움으로 끝내는 토너먼트전과 각 조의 구성원과 모두 싸우는 리그전이 있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경쟁이 경쟁력을 만든다. 우리의 경쟁기회가 토너먼트전 1회의 시합으로 한 번의 패배와 실패가 탈락으로 연결이 되는 한, 실력을 쌓기 보다는 한 번의 실패도 용인 되지 않고, 무조건 이겨야 하기에 갖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기는 방법, 성공비법만 익히려 한다.
남과의 일대일 비교나 토너먼트 시합보다는 나와의 여러 번의 리그전, 곧 나의 어제와 나의 오늘을 지속적으로 비교하고 오늘의 실패와 실수가 내일의 소중한 재산과 경험이 된다면 오늘의 실패와 넘어짐이 결코 부끄럽지만은 않을 것이다. 십중 팔구를 놓치더라도 얻는 것이 있으면 이미 얻은 것이다. 인생에서 많이 지는 사람이 결국은 이기는 경우를 우리는 주위에서 흔하게 본다. 정치의 선거나 운동시합에서 지고 나서도 오히려 칭찬 받고 더 인기가 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선거나 시합도 지는 것은 물론이고 명성이나 신뢰도 다 잃고 미래도 잃는 안타까운 사람들을 이번 지방 선거에서도 많이 본다.
4. 시작이 반이다. 하루에 팔굽혀펴기 한번, 윗몸 일으키기 한번부터 시작하자.
초등학교나 중학교 동창들을 만나면 참 즐겁다. 반백이 넘어서 10대 초중반의 추억을 곰국 끓여 먹듯이 매번 같은 이야기를 하고 과거로 돌아가서 현재의 나이를 잊는다. 그런데 참으로 신기한 것은 친구들의 모습이 그 당시의 이미지와 많이 달라져 있다, 지나간 세월의 나이테이다. 얌전했던 친구들이 외향적으로 바뀌어 있기도 하고 학자가 될 것 같았던 친구들이 사업가가 되어 있기도 하다. 우리 친구들의 평균 나이보다 더 들어 보이는 친구도 있고 훨씬 젊어 보이는 친구도 있다. 예전과 같은 친구들도 있지만 친구들이 모두 다 그때의 모습이 아니다. 우리가 헤어진 이후에 자기도 모르게 하루하루 살아온 인생의 경력이고 지나온 길이다.
어린 아이나 텃밭에 심은 식물을 보면 많은 것이 느낀다. 전에 일하던 직장의 직원 중에 결혼 후 8년 동안 아이를 갖지 못하다가 힘들게 쌍둥이를 낳아서 키우는 후배가 있다, 그 애들이 벌서 7살이다. 내년에 초등학교에 들어간단다. 가까운 친척집에 조카들의 아이들도 모처럼 보면 훌쩍 자라있다. 이것이 하루하루 보이지 않게 자라는 생명이고 실천이다. 주말농장에 심은 채소는 물론이고 잡초는 비가 온 후 한동안 뒤에 가보면 몰라보게 무성히 자라 있다.
습관의 씨를 심자. 생각은 이제 그만하고 실행을 할 때다. 공부든 일이든 운동이든 취미 생활이든, 시작하고 고쳐 나가자. 우리 속담에 시작이 반이라는 말은 참 좋은 말이다. 전체의 반을 이루어야 50%를 이루는 것인데 시작만으로 50%를 달성했다는 역설적인 진리를 우리는 공기처럼 듣고 자랐다. 이제 근육으로 움직일 때다. 산을 오르든, 계단을 오르든, 아파트 산책길을 걷든 방법과 도구는 개인의 선택해야 하는 몫이다.
이제 머리는 게으르게, 몸은 부지런하게, 근육을 움직이자. 뭐든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바로 시작하자. 시작하여 고쳐가면서 단련하며 목표로 접근해 나가자. 머리나 가슴만이 아는 너무 구체적인 목표는 포괄적이고 개념적인 목표로 남겨두고, 실행의 구체적이고 작은 행동과 근육을 움직이는 실행을 통해 근육이 아는 몸의 습관을 만들자. 거대한 계획이나 헬스클럽 등록, 히말라야 등반 계획 등 어려운 것을 계획하려 하려 하지 말고, 지금 바로 소파에서 일어나 거실에서 윗몸 일으키기 한번이나 팔굽혀펴기 한번부터 시작해 보자.
* 이 저술의 저작권은 도서출판 아포리아에 있습니다. copyrights@aporia.co.kr ([Otium Sanctum] Aporia Review of Books, Vol.2, No.6, 2014년 6월, 권강현, 삼성전자 고문/전(前) 삼성전자 전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