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5-03-05 18:27
[영화/드라마 솔직한 후기] 너자2 (哪吒 2)에 내재한 무의식적 오리엔탈리즘
 글쓴이 : 아포리아
조회 : 2,558  


너자2 (哪吒2)에 내재한 무의식적 오리엔탈리즘

<너자1>에 비해 훨씬 정교하고 잘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이다. 미국과 일본으로 나뉘어진 애니메이션 영화 시장에 또 다른 강자가 등장했다는 사실을 알리기에 충분한 기술, 중국인들의 애국심을 문화적 자부심으로 끌어올리기에 충분할 정도로 동원된 자본과 인력, 그리고 한층 정교해진 연출과 편집이 잘 어우러진 작품이다. 

그러나 <너자2>를 보는 2시간 20분 내내, 동아시아인들만이 느낄 수 있는 답답함과 불편함이 있다. 서양을 따라잡자며 '동도서기' 운운하던 '의식적' 오리엔탈리즘, 그리고 서양을 배척하며 우리 문화를 내세우는 과정에서 오히려 우리 스스로가 남(타자화)이 되는 '무의식적' 오리엔탈리즘이 여과없이 노출되는 것이다. 

우선 중국 고전소설 <봉신연의>에 기초하고 있다는 사실을 무색하게 만드는 등장인물들의 용모에서 착찹한 마음을 갖게 된다. 몇몇 등장인물을 제외하고는 <겨울왕국>과 <라이언 킹>에 <뮬란>을 섞은 듯한 용모를 가진 인물들이 등장한다. 오히려 <너자1>의 인물들이 더 친근할만큼, <너자2>의 인물들은 거의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보는 느낌을 준다. 그래서인지 중국의 전통적인 용모를 가진 인물들은 더더욱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동양인같다. 

더욱 불편한 것은 처음부터 끝까지 쉬지않고 반복되는 전쟁 장면들 속에 담긴 중국인들의 '무의식적' 오리엔탈리즘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는 서양인들의 생활 저변까지 가득 스며든 '선과 악'의 뚜렷한 구분을 보여준다. 악한 인물은 악한 얼굴을 하고, 선한 인물은 용모와 목소리 그리고 색채까지 밝고 아름다운 것들로 꾸며진다.  

반면 <너자2>에서는 '선과 악의 저편'에 절대적인 기준을 제공하는 존재가 없다. 사실 선과 악의 구분도 뚜렷하지 않다. 주인공인 너자는 악동이고, 악마들을 가두려는 천상계 '옥허궁'의 주인인 무량선옹도 탐욕적인 존재로 묘사된다. 무량선옹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갈 때 보여주는 성공과 실패가 있을 뿐, 누가 옳고 누가 틀렸는지를 누구도 말하려 들지 않는다. '자연'이니니 '음양'이니, '혼돈' 속에 '도'(道)가 있다는 중국적 사고가 흠뻑 묻어난 대사만 판을 친다. 

도와 자연의 조화 속에서 창조성을 강조하려는 의도도 없다. 오히려 '힘'에 대한 강한 집착만 관찰된다. 금빛의 천상계와 불빛의 사악한 존재들은 결국 '힘'으로 서로에게 맞선다. 천상계의 음모와 위선은 '너자'와 그와 함께하는 사람들의 저항에 힘을 실어주고, 금빛 찬란한 천상계도 사악한 종족인 동해용족과 마왕이 될 운명을 가진 '너자'도 모두 힘으로 맞설 뿐이다. 최근 중국철학의 '자연주의'가 결국 힘에 대한 추구로 귀결되듯, 천계를 비롯한 모든 존재들이 서로에게 '힘'으로 맞서야한다.   

이때 무의식적인 오리엔탈리즘이 중심에 선다. 금빛 찬란한 천상계의 거룩한 계획이 실패할 때, 의도적이든 의도적이지 않든 '서양' 또는 서양의 힘을 대변하는 '나라'가 머리를 스친다. 그리고 '너자'가 천상계의 인정을 받으려하기보다 천상계에 도전할 때, '중국'의 패권으로 '미국'의 패권을 대체하려는 오늘날의 중국이 뇌리를 스친다. '조화'니'대동'이니 수사만 난무할 뿐, 힘만 추구하는 오늘날 '중국적 가치의 세계화'가 갖는 공허함을 느끼게 된다. '가족'이라는 화두가 등장할 때, 더더욱 그렇다.  

동북아시아 각국들의 자기 문화에 대한 지나친 선전에 내재한 무의식적 오리엔탈리즘의 끝은 '힘만능주의,' 즉 '힘'이 모든 것을 해결한다는 망상이다. <너자2>의 흥행 성공이 한국 사회에 어떤 화두를 제공하고 있는지, 또 일본인들은 <너자2>의 성공에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만약 이러한 반응들과 화두들만이 판을 친다면, 민족주의에 호소하든 애국심으로 치장하든, 무의식적 오리엔탈리즘이 동북아시아의 평화공존의 틀을 완전히 훼손해 인간성의 저변까지 송두리째 파괴할 가능성이 크다. 

** 이 저술의 저작권은 아포리아에 있습니다. copyrights@aporia.co.kr ([영화/드라마 솔직한 후기] 니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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