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6-01-01 08:47
[김종철 칼럼] 한국은 난민을 어떻게 보호하고 있는가?
 글쓴이 : 아포리아
조회 : 16,443  


[김종철 칼럼] 한국은 난민을 어떻게 보호하고 있는가?

저는 사단법인 공익법센터 어필이라는 단체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어필에서는 주로 난민들과 함께 일하지만 그 외에도 무국적자, 인신매매 피해자, 구금된 이주자 그리고 해외한국기업들로부터 인권 침해를 당한 외국인들을 지원하는 일도 하고 있습니다. 제가 이렇게 하는 일과 일하는 단체를 소개하면 사람들은 왜 난민 변호사가 되었나요? 어필이 무슨 뜻인가요? 라고 물어봅니다. 제가 난민들과 함께 일하게 된 계기는 그들의 드라마틱한 이야기에 매료되었기 때문입니다. 변호사가 되기 전에 피난처라는 NGO에서 자원봉사로 난민들을 인터뷰를 하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저는 평생을 범생이로 겁쟁이로 지루하게 살아왔는데, 제가 자원봉사를 하면서 만난 난민들은 한결같이 어쩌면 그렇게 용기 있고 극적인 삶을 살아온 사람들인지요. 이들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이분들이 이렇게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살아왔는데 그 이야기가 더 나은 이야기가 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을 하면 얼마나 좋을까? 그리고 그렇게 생각했던 것이 변호사가 된 이후에도 계속 난민들과 함께 일하게 된 계기입니다. 제가 일하는 어필이라는 곳은 비영리 공익변호사 단체입니다. 변호사들이 함께 일을 하지만 하는 일이 공익적인 일에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공익변호사 단체이고, 의뢰인으로부터 서비스에 대한 비용을 받지 않고 100% 후원으로 운영을 하기 때문에 비영리 단체입니다. 어필이라는 것은 공익변호사의 영어인 Advocates for Public Interest Law의 단어들 중 맨 앞의 철자를 딴서 모은 것입니다. 변호사를 의미하는 영어 단어에는 lawyer, attorney, counselor 등이 있지만, advocate라는 말을 쓴 이유는 advocate가 옆에서 혹은 대신(ad) 말하다(vocare)는 뜻이 있기 때문입니다. 난민을 비롯한 취약한 이주자들을 대신에서 말해주어야겠다는 다짐인 것이죠. 어필에 대해 좀 더 궁금 하시다구요? 그럼 홈페이지인 www.apil.or.kr에 방문하셔서 둘러보시고 후원과 뉴스레터도 신청해주세요.  

난민에 대해서 이렇게 조금씩 이야기를 하다보면 사람들이 가장 먼저 보이는 반응 중에 하나는 “우리나라에도 난민이 있네요”입니다. 그리고 이야기를 더 하다 보면, 어떤 분은 불쾌하게 또 어떤 분은 체념하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도 어려운 사람이 많은데 난민을 도와줄 여력이 어디 있겠어요?” 그런데 그렇게 질문을 하는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는 것은 난민을 보호하는 것은 재량적이고 시혜적이다라는 생각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난민을 보호할 법적인 의무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헌법 제6조에서는 한국이 비준한 조약은 국내법과 같은 효력이 있다고 하고 있는데, 난민보호를 담고 있는 난민협약이 한국이 1992년에 비준한 조약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난민을 보호해야 하는 이유는 법적인 의무가 있기 때문만이 아닙니다. 윤리적인 측면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현재 2014년 유엔난민기구 통계에 따르면 전세계에 난민과 국내실향민이 모두 합쳐서 약 4천 만명 정도가 있다고 합니다. 그 사람들은 자신의 국가로부터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오히려 국가로부터 박해를 받는 사람들이 때문에, 결국 다른 나라가 나누어서 그 사람들을 대신 보호를 해줄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 역시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인구수(5천만명), 경제적인 수준(GDP기준으로 2011년 세계12위), 국제적인 위상(유엔사무총장을 배출했으며 3번이나 선출된 유엔인권이사국)을 고려할 때 상당 부분 그 난민보호라는 역할을 분담해야 합니다. 특히 한국은 한국전쟁 직후에 한국의 실향민들을 지원하기 위해 파견된 유엔한국재건단(UNKRA)으로부터 막대한 지원을 받은 수혜국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한국이 난민을 얼마나 보호하고 있는지 아세요? 2012년 8월 30일 유엔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한국의 난민인정율과 관련해서, “세계 평균과 비교하였을 때 매우 낮은 난민 인정 비율에 우려하면서 주목하고 있다"라고 하고 있습니다. UNHCR 통계에 의할 때 세계의 평균 난민인정율이 약 30%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한국의 경우 2015년 5월 말 현재 1만1천명의 신청자가 있었고, 496명의 난민을 인정했으니, 난민인정율이 약 5%도 안되는 것입니다. 2011년 캐나다에서 한국 사람이 제기한 난민신청에 대해 96건의 심사를 해서 20명에 대해 난민인정을 했으니, 한국 사람에 대한 캐나다의 난민인정율은 20%가 넘는데, 한국을 찾아 온 난민들을 인정하는 비율은 그 반이 안 되는 것입니다. 난민인정율 뿐 아니라 난민을 보호하고 있는 숫자에 있어서도 한국은 민망한 수준입니다. 2011년 난민과 난민에 준하는 사람들(국내실향민 포함)이 전 세계에 4,100만명이 있다고 하는데, 2015년 5월 말 현재 한국이 보호하고 있는 난민은 500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정도입니다. 전세계 난민 중에 0.00001%의 난민만을 보호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것은 2012년 한국 사람이 전 세계에서 난민혹은 인도적인 이유로 보호를 받고 있는 숫자인 514명에도 훨씬 못 미치는 숫자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난민을 인정하고 보호하는 비율이 낮은 데에는 난민에 대한 국민과 당국의 인식이 부족한 것도 있고, 난민 요건에 대한 입증정도를 너무 높게 적용시키는 것도 있습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난민을 인정하는 절차, 특히 난민 인터뷰를 하는데 있어서 적법절차가 안 지켜졌기 때문입니다. 난민의 경우 맨손으로 출신국을 탈출하는 경우가 많아 객관적인 증거자료를 확보하기 힘들기 때문에, 난민으로 인정받는데 진술이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난민 인터뷰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런데 인터뷰를 하면서 난민 심사관 중의 일부가 강압적으로 난민 신청자를 대하고, 통역인을 제공하지 않고, 인터뷰 중에 말한 대로 조서에 기록되었는지 확인하는 기회를 실질적으로 주지 않고 있어 문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앞에서 말한 유엔인종차별철폐 위원회도 "난민 인정 절차는 통역인들이 적절하게 제공되지 않고 있다"고 하고 있습니다. 저는 의뢰인이 난민 인터뷰를 받을 때 동석한 적이 여러 번 있었습니다. 한번은 난민 심사관이 통역인이 없이 파키스탄 출신의 난민 신청자를 영어로 인터뷰를 한 적이 있었는데, “박해persecution를 당했는가요?”라고 물어보는 난민 심사관의 질문에 대해, 난민신청자는 너무나 당당하게 “아니요!”라고 하는 것입니다. 저는 제가 아는 내용과는 달랐기 때문에 깜짝 놀라서 난민 심사관에게 다시 물어봐 줄 것을 요청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난민 신청자는 “박해persecution”이라는 단어를 생전 처음 들어봤기 때문에 그 말을 “기소prosecution”로 잘 못 알아들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난민법이 시행되어 난민 인터뷰를 할 때 녹음과 녹화를 하도록 했지만, 난민신청자가 요청을 할 경우만 그렇게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서, 실제로는 난민 인터뷰 당시에 녹음 혹은 녹화를 하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난민인정절차의 또 하나의 중요한 문제는 난민인정신청을 하고 기다리는 절차가 너무 길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결정적인 이유는 담당 공무원이 적다는 것입니다. 위 유엔차별철폐위원회는 "난민 신청을 담당하는 공무원의 수가 매우 적고 2012년 5월을 기준으로 진행 중인 난민 신청이 1,200개 이상이라는 정보를 접수하였다"라고 하면서, "난민 인정을 위한 절차를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게 하고, 신청서를 심사하기 위한 공무원을 추가적으로 임용하는 등의 방안을 포함하여 보다 신속화할 것을 권고한다"라고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난민인정절차가 길다는 것은 단순히 난민신청자가 오래 기다려야 한다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난민신청자의 생활과 관련한 지원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난민인정절차를 장기간 지연시키는 것은 경우에 따라서는 난민으로 하여금 사실상 신청을 포기하고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출신국으로 돌아가라는 말(사실상의 강제송환)이기 때문입니다. 장기간의 난민인정절차를 기다리는 동안 난민신청자는 합법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습니다. 생계 지원에 관한 규정이 있으나 예산 부족으로 전체 난민신청자의 10%만 혜택을 받습니다. 난민 신청 후에 6개월이 지나면 취업허가를 받을 수 있지만, 문제는 취업허가를 신청할 수 있는 사람이 한정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난민신청자가 취업허가를 신청하기 위해서는 우선 고용계약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취업허가를 받기 전인 상태에서 난민신청자가 취업을 해서 고용계약서를 받기란 하늘의 별따기이기 때문입니다. 난민신청자의 이러한 생계 문제 대해서 유엔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생계, 고용, 공공서비스에 대한 접근, 교육, 국적취득의 측면에서 난민 신청자들이 접하게 되는 어려움들에 대하여 여전히 우려하고 있다" "난민신청자들이 근로의 권리를 향유하고 그들과 그 가족들이 적절한 생계, 주거, 의료 서비스, 교육을 향유할 수 있도록 모든 필요한 수단을 취할 것을 권고한다"라고 하고 있습니다.  

앞에서 사실상의 강제송환에 대해서 말씀드렸는데, 강제송환과 관련된 다른 심각한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혹시 2004년 톰 행크스가 주연한 ‘터미널’이라는 영화를 기억하실지 모르겠습니다. ‘크로코지아’라는 나라에서 온 사람이 JFK공항에서 입국을 거부당했는데, 자신이 본국을 떠나 온 뒤에 쿠데타가 일어나서 돌아갈 수 도 없는 처지가 된 것입니다. 입국을 할 수도 없고 돌아갈 수도 없는 운명인 거죠. 그렇게 공항 터미널에서 지내다가 아름다운 여승무원과 사랑을 하게 될 번 하는 그런 이야기입니다. 실제로 이런 상황이 일어날 수 있는지 의심하는 분들이 계실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일이 진짜 일어납니다. JFK공항이 아니라 인천공항에서 말입니다. 그것도 자주. 다른 것은 아름다운 여승무원과 사랑에 빠지는 경우는 없고, 좁은 출국 대기실에서 나오지 못하며, 그 곳에서 열악한 처우를 당하다가 본국으로 강제로 돌려보내집니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한국에서는 공항에서 난민신청을 할 수 없습니다. 영국 히드로 공항에서 입국심사를 받기 위해 기다릴 때 주위를 살펴보면 여기 저기 난민신청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관한 안내문을 찾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인천공항에는 그런 안내문이 없을 뿐 아니라 난민인정절차를 규정한 출입국관리법이 공항에서는 난민신청을 할 수 없다는 취지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작년 5월에 에티오피아에서 소수민족인 오로모 족 출신 로브리(가명)씨가 태국과 피지를 거쳐서 한국에 왔습니다. 로브리씨는 아버지가 오로모 반군이라는 이유로 정부군으로부터 박해를 받아 탈출한 사람이었습니다. 인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난민신청 의사를 밝혔지만 결국 난민인정절차를 밟지 못하고, 로브리씨를 태우고 온 항공사는 법무부로부터 송환지시를 받게 됩니다. 위 항공사 측은 에티오피아 대사관에 연락을 해서 로브리씨의 여권을 발급 받으려고 했지만, 위 대사관은 어떠한 이유에서인지 여권을 발급해 주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항공사 측이 로브리씨를 송환하기 위해 준비하는 2개월 반 동안 로브리씨는 폐쇄된 출국 대기실에서 살았습니다. 가장 끔찍한 것은 하루 3끼를 모두 치킨 버거만 먹었다는 것입니다(아놔~ 토 나오려고 그래). 이렇게 비인간적인 처우를 당한 후 로브리씨는 결국 에티오피아로 강제로 보내졌습니다. 그런데 로브리씨는 태국에서 다시 공항 구금소에 갇히게 됩니다. 태국에서 내려 에티오피아 항공을 갈아타려고 하는데, 에티오피아 항공사에서 로브리씨를 태울 수 없다고 하는 것입니다. 에티오피아 사람인 것은 맞지만, 에티오피아 당국이 입국을 거부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로브리씨는 다시 태국에서 7개월 동안 구금되었습니다. 저는 공익법센터 어필에서 함께 일하는 정신영 변호사와 2011년 12월에 로브리씨를 만나기 위해 방콕 공항의 구금시설을 방문했는데, 로브리씨는 인천 공항에 있을 때 거기에 있는 사람들로부터 끊임없이 “한국은 너를 원하지 않아. 네 나라로 돌아가. 네가 계속 이렇게 하면 여기서 치킨 버거만 먹으면서 영원히 살게 될거야”라는 말을 들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다행이 로브리씨는 그 후 태국 유엔난민기구와 연락이 닿아 우여곡절 끝에 난민으로 인정을 받고 지금은 뉴질랜드로 재정착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문제점은 난민법이 시행이 되었어도 크게 나아지지는 않았습니다. 난민법에서는 원칙적으로 공항에서도 난민신청을 가능하도록 하였지만, 그러한 신청에 대해서 예전에 없었던 난민신청 적격성 판단을 하여 난민인정절차로 보내지 않을 수 있는 결정을 하도록 했기 때문입니다. 공항에서  난민신청을 한 사람에 대해 난민인정 불회부 결정을 하고, 불복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은 채로 바로 강제송환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난민신청에 대해 그 내용을 판단 하지 않은 채로 강제 송환을 하는 것은 난민협약의 정신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입니다. 유엔인종차별철폐 위원회는 역시 "한국 정부가 출입국항에서 난민 신청을 한 사람들이 난민인정절차를 제약 없이 평등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강제송환금지 원칙을 준수할 것을 권고한다"라고 하면서 이 부분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이제까지 한국의 난민제도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서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런데 난민제도가 궁극적인 지향하는 것은 난민의 사회 통합입니다. 저는 통합을 자신의 문화 정체성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한 사회의 핵심 가치를 수용하면서 적응하는 것이라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난민의 사회 통합을 이야기 하려면 우선 난민이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를 보장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난민은 권리를 제대로 누리지 못해서 오는 소외감을 극복하기 위해 자신(자신의 커뮤너티)과 우리 사회의 차이를 극대화 하여 하부문화로 형성된 자신의 커뮤너티에 숨어 들어가고 그렇게 되면 통합은 요원한 일이 되기 때문입니다. 권리의 주체가 아닌 시혜의 객체에 불과한 의존적인 사람이 자율적인 생활을 하면서 한 사회에 통합하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권리 보장이 난민의 사회통합의 전부가 될 수는 없습니다. 이러한 권리 중심적인 접근이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사회 통합의 결정적인 계기는 개인적인 관계에서 일어납니다. 그것이 우리 각자가 환대의 정신을 가지고 난민들을 대하고 그들의 좋은 친구가 되는 것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제가 난민의 드라마틱한 이야기에 매료가 되어 난민들과 함께 일해 온 것처럼 여러분도 난민들의 좋은 친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장담하건데 그 일은 여러 면에서 충분히 그럴 가치가 있습니다!  

*  이 글에 대한 권한은 아포리아에 있습니다. copyrights@aporia.co.kr. ([김종철 칼럼] Aporia Review of Books, Vol.4, No.1, 2016년 1월, 김종철, 공익법센터 APIL, 상근변호사) 

 
   
 

아포리아 칼럼
  • 칼럼니스트
  • 아포리아칼럼

월간 베스트 게시물

공지사항
  • 1 아포리아 북리뷰(Aporia Review of Books)
  • 2 궁금하신 사항은 언제든지 문의하여 주시기 바…
이용약관| 개인정보 취급방침| 사이트맵

Copyright (c) 2013 APORIA All rights reserved - www.aporia.co.kr